특별법 제정 통해서라도 故 설 씨·김 씨 순직 심사 근거 마련 외교부에 권고

[시사매거진=김성민 기자]외교부에 의해 선발돼 국외에서 병역의무 중 사고로 사망한 국제협력요원들에 대해 외교부가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이들의 ‘직무상 재해’ 순직을 심사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이하 국민권익위)는 국제협력요원으로 카자흐스탄에 파견됐다가 2004년 사망한 故 설 모씨와 스리랑카에 파견됐다가 2012년 사망한 故 김 모씨에 대해 특별법 제정 등으로 순직 심사 절차를 마련할 것을 외교부에 권고했다. 이어 심사 절차가 마련되면 조속히 순직 심사할 것을 시정권고 했다.

설 씨와 김 씨는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후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에 의해 선발된 국제협력요원으로 외국에 파견됐다.

설 씨는 2002년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 중 2004년 9월 카자흐스탄인 강도에 의해 피살됐다. 김 씨는 2011년 스리랑카에서 자동차분야 봉사활동 중 2012년 10월 낙뢰사고로 사망했다.

국제협력요원 제도는 ‘병역법’과 ‘국제협력요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제협력요원법)’에 따라 외교부가 병역의무자 중 일정 자격을 갖춘 지원자를 국제협력요원으로 선발한 뒤 군사훈련을 거쳐 개발도상국에 파견*하는 제도다. 이 기간을 마치면 보충역 복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해 주며 1995년에 도입돼 2016년 국제협력요원법이 폐지되면서 병역법에서도 사라졌다.

유족들은 이들에 대해 순직으로 인정해 달라며 국회·외교부·국방부·국가보훈처·병무청·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사망한 지 15년이 지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외교부는 그 동안 국제협력요원의 순직 심사에 대한 근거와 선례가 없어 고인들에 대한 순직 심사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일부 국회의원이 국제협력요원을 순직군경으로 인정하는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을 지난해 4월 발의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입법 권고를 하는 등 여러 노력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에 유족들은 외국에서 병역의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고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병적증명서에 기재되어 있는 단순 ‘사망’을 ‘순직’으로 변경해 달라는 고충민원을 지난해 6월 국민권익위에 제기했다.

국민권익위의 확인 결과, 민원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절차는 국가보훈처의 ‘순직군경 인정을 위한 순직심사’가 아닌 소속기관의 ‘직무상 재해 인정을 위한 순직심사’였다.

예를 들어, 현역병이 군복무 중 사망한 경우 군부대와 국방부에서 직무상 재해로 인한 순직 여부를 심사하고 공무원의 경우 인사혁신처의 공무원재해심의위원회에서 이를 결정한다. 사회복무요원의 경우도 복무기관의 장이 이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어 국제협력요원은 외교부가 직무상 재해로 인한 순직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복무요원과는 달리 국제협력요원법에 반드시 있어야할 국가유공자법상의 보상 규정이 없었다. 시행령 및 시행지침에 재해보상(보험) 규정은 있으나 순직 심사절차 등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고인들의 순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순직 심사를 위한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외교부에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순직 심사 및 보상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심사 절차가 마련돼는 대로 고인들의 순직 여부를 심사할 것을 시정권고 했다.

국민권익위 권근상 고충처리국장은 “국가는 병역의무를 이행하다 희생된 분들에 대해 끝까지 책임질 필요가 있다.”라며, “이번 기회에 타국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다 숨진 고인들에 대한 순직 심사가 조속히 진행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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